이 글은 2000. 8. 7. ∼ 8.18. 사이에 전주대학교에서 있었던 프랑스어 교사 직무연수를 위해 전주대학교에서 만든 연수교재의 내용을 허락을 받지 않고 옮긴 것입니다. 전주대학교 정재헌 교수님께서 쓰신 글 「프랑스의 건축」에 관련된 사진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아서 함께 실었습니다.
Du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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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건축 - 빠리의 그랑 프로제 (Grand projet)
1981년 5월에 미테랑 대통령은 그의 7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1989년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몇 개의 기념비적인 대형 건축물을 남기고 싶어했다. 그는 발레리 지스까르데스땡 대통령이 시작한 오르세이역의 19세기 박물관 개조와 라빌레트 옛 도살장의 과학관 개조 작업을 완성하도록 하였고 1982년 3월에는 모든 건축가에게 공개 현상 설계로 몇몇 그랑 프로제를 추진할 것을 공포하였다. 인간 개선문, 루브르 증축, 라빌레트 공원 계획 등이며 지금도 진행 중인 프랑스 국립 도서관, 국제회의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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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는 각 시대의 특징적인 건축물들을 한 장소에 모아놓은 하나의 도시 건축 박물관 같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로마시대의 고대유적부터 로마네스크양식, 노트르담 사원의 고딕양식을 거쳐 주종을 이루어 루브르 박물관의 바로크 양식, 팡테옹의 네오 클라식 그리고 현대까지의 대표적인 건축물의 집합장처럼 보인다. 그만큼 그들은 옛 건축물을 보존하는데 강하게 집착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전체적인 빠리의 이미지는 30년 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변함이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빠리는 전통만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이란 보존하는 것만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전통과 현대를 잘 조화하려 한다. 프랑스인들이 얼마나 적절히 전통을 고수하며 빠리를 현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지를 프랑스 혁명(1789년) 200주년 사업의 일환으로 계획된 그랑 프로제의 몇 예들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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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개선문은 빠리의 루브르에서 출발하여 뛰일르리 공원, 콩코드 광장, 샹제리제, 개선문을 통하여 서쪽축의 끝 지점인 라데팡스 (La defense) 신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각 면이 100m로 속이 빈 가장 단순한 형태의 정육면체로 된 인간 개선문은 세계로 열린 창, 개방된 육면체, 현대의 개선문, 미래로 열린 창을 의미한다.
(사진출처 https://teambrain.fr/en/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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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팡스의 역사적인 축선 상의 상징적인 건물을 세우려는 시도는 1931년 르코르 뷔제, 말레 스티븐슨이 참가한 현상 설계에서 시작하여 1972년에 지명 현상설계에서 아이 엠 페이 (I. M. Pei) 안이 당선되었으나 예산문제로 취소되어 프랑스 정부에서는 그 대신 그에게 루브르 증축계획안을 일임하였다. 이처럼 여러 면의 현상 설계가 계획되고 당선 안이 결정되었으나 모든 안이 여러 복합적인 문제로 취소되고 마침내 1983년 423개의 현상공모에서 개선문을 현대화한 덴마크 무명 건축가 슈프렉켈슨 (Johan Otto von Spreckelsen)의 계획안인 인간 개선문이 당선되었다. 그런데 이 계획안은 건축법규인 높이제한에 전혀 맞지 않았으나 최고의 작품을 건립하고자 하는 프랑스인들의 의도에 따라 그 지역의 법규를 변경하여 건축한 건물이다. 빠리시의 사무실을 수용하는 사무, 주거 위주의 신도시인 라데팡스의 인간 개선문은 현재 빠리에서 에펠탑 다음으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새로운 빠리의 명물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이 건축물의 양 기둥에는 정부기관들이 입주해 있고 최상층 지붕은 국제 회의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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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프랑스 궁을 개조하여 사용하던 루브르 박물관은 박물관 개념의 변천과 용도 변경에 따라 증축이 필요하였다. 전통적인 박물관은 미술품을 보존 · 전시하는 장소였으나 현대의 박물관은 용도 면에서 상설 전시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관람자 즉 시민이 참여하여 같이 호흡할 수 있는 부대 시설과 기획전시의 주요성이 부각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출처 https://www.cntraveler.com/activities/paris/louvre-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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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루브르 박물관의 현대성을 수용하기 위한 노력이 유리 피라미드의 증축이다. 증축된 부분은 전시장과 부대 시설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리볼리가의 재무성이 사용하고 있던 북측 날개부분을 전시장으로 개조하였고 부대 시설은 유리 피라미드 하부의 진입 홀, 학교, 회의장과 귀금속, 보석, 의류를 판매하는 상업시설 부분이다. 이와 같이 현대의 박물관은 아카데믹한 전시 개념에서 벗어나 도시의 한 부분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재무성 건물의 이전과 함께 면적이 30,000m2에서 55,000m2로 확장되었고 증축된 유리 피라미드는 순수한 기하학적인 형태로 전통적인 건축과 연결되어 현대와 고전 사이의 양극화된 대립으로 언뜻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나, 유리로 되어 있어 투명성으로 인해 존재 자체가 인식되지 않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재무성 건물이 박물관으로 재 사용되어 U자형의 전시장 길이는 1.7km에 달하였으나, U자형의 중앙에 유리 피라미드의 진입 홀을 설치함으로서 동선의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었다. 건축 계획적인 면에서 전통적인 궁의 중정에 초현대적인 유리와 철이라는 유리 피라미드의 이질적 재료 사용을 받아들인 프랑스 정부가 놀랍다. 이 유리 피라미드를 통하여 전통은 보존하는 것만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전통과 현대가 적절히 조화된 좋은 예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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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는 압도하는 듯한 기념비 성을 거부하면서 오페라 정면이 광장을 지배하는 모습이 아니라 기존도시의 한 단편으로서 도시의 조직 속에 스며드는 형상을 추구하려 했다. 따라서 오페라의 볼륨구성은 작은 조각의 집합인 반원형의 객석, 육면체의 무대 그리고 외부에서 인지되는 투명한 얇은 피사드의 홀로 구성되어있다. 이 건물에는 다양한 상징성이 있는데 현관의 사각 아치는 광장으로 열려 있는 화려한 문을 상징하고 계단모양의 전면의 벽면 장식은 축제의 이미지를 형상화 한 오페라의 대규모의 내부 계단을 상징하고 있다. 야간에만 개방되는 오페라와 달리, 평소에도 인근시민에게 일상생활에 개방되어 오페라 홀은 지하철 출입구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내부의 일부분이 상가로도 활용되고 있다. 빠리의 음악 연주장에는 전통발레 오페라 공연은 19세기의 세워진 오페라 가르니에, 현대 음악공연은 퐁피두 센터의 음악홀, 18세기와 19세기의 음악공연을 하는 오페라 바스티유가 있다. 기능적인 면에서 가르니에 (Garnier) 오페라가 전통적이라면, 바스티유 오페라는 2700석 규모의 관람석과 대형 후면무대, 작업장을 가진 현대식 오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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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성은 루브르궁의 확장에 따라 그 자리를 증축된 박물관에 내주고 새로운 청사가 필요함에 따라 빠리 동쪽의 벡시 지역에 건립되었다. 건축 계획적인 측면에서 강에 면하는 건물 형태가 전통적인 배치 방법이나 대지 여건이 불가능해 이 건물은 세느 강의 흐름에 직각으로 배치하였다. 강에 대한 적극적인 표현으로 건물의 마지막 교각을 세느 강에 발을 담그고 있는 떠있는 교량과 같은 형태로 프랑스 남동쪽에서 빠리 진입시 문을 상징하고 있다. 석재의 사용은 전통적인 다리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건물의 게이트형은 공공건물로서의 개방을 상징한다. (사진출처 https://www.economie.gouv.fr/cedef/litige-ministere-economie-fina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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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하부로 고속도로가 관통하고 세느 강에 발을 담그고 있는 듯한 이 청사는 서쪽의 인간 개선문이 수직적 문이라면 동쪽의 수평문인 것이다. 빠리의 서쪽과 대조적으로 전통적으로 낙후된 이 지역은 프랑스 내륙에서 오는 포도주 집산지의 창고가 밀집된 곳이다. 이 계획안이 빠리 도시 계획된 측면에서 낙후된 동쪽에 청사를 이주함으로써 빠리시의 좌우 균형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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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느 강가의 노트르담 사원 맞은 편에 자리잡고 있는 이 곳은 초기에는 스포츠 센터 건립 부지로 정하였으나 99년 동안 대지를 임대하는 조건으로 아랍문화원을 건립하게되었다. 전통적인 격자문양인 아랍 전통문양을 현대 재료인 철을 사용하여 현대화시킨 이 건물은 도서관 쪽의 수천 개의 빛막이 장치는 자동 렌즈식 조절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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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과 박물관 사이의 좁은 골목은 중정으로 인도하는데 그것은 아랍건축의 내부 중정을 현대화한 것이다. 이처럼 아랍문화권의 디자인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사용한 장 누벨 (Jean Nouvel) 건축가의 디테일이 놀랍다. 미래 공상 영화에서 나오는 듯한 개방된 내부처리, 오픈된 엘리베이터, 카메라 조리개를 연상하는 차양은 주위의 전통적인 건축물과 큰 대비를 이루고 있다. 도서관은 사각형 볼륨은 인접한 쥬쉬유 대학의 형태를 빌려 온 것이고 곡선의 박물관은 셍 제르멩 (St Germiain) 가로 형태를 따르며 경관이 노트르담으로 열려져 있어 이질적인 재료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현대화된 이 문화원과 옛 빠리 건물들이 조화롭게 대화하는 것처럼 주위 환경과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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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랑 프로제들은 프랑스만이 가지는 독특한 건축물들이다. 현대는 경제의 사회이므로 부가가치가 없는 건축물은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20세기를 대표하는 도시인 뉴욕을 보면, 도시의 대부분이 상업주의의 부산물인 다국적 기업의 사무실 건물로 가득하다. 이런 의미에서 그랑 프로제는 공공을 위해 비 상업적인 모뉴멘탈한 건축물을 국가 구도로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프랑스만이 지니고 있는 프랑스 사회의 특징이라 생각된다.
그랑 프로제들의 특징 중에 또 하나는 거의 모든 건축물들이 외국인들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루브르의 피라미드는 중국계 미국인 아이 엠 페이, 인간개선문은 덴마크의 슈프렉켈슨, 오페라 바스티유는 캐나다인 카를로 오트, 오르세이 미술관은 이탈리아 여류 건축가 오렌티, 라빌레트 공원 계획안은 미국 건축가 베르나 취미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프랑스가 내세우는 예술가를 보면 프랑스 국적의 사람들은 드물다. 현대 미술의 거장 피카소, 고호, 고갱, 건축가 르코르뷔지에 등 그들은 외국에서 출생하였으나 프랑스에서 성장한 예술가들이다. 프랑스는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토양을 만들어 준 셈이다. 이와 같이 문화의 포용력을 가지고 건축가가 외국인일지라도 프랑스에서 건축할 수 있도록 하여 세계에서 가장 좋은 건축물을 세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랑 프로제는 실질적인 도시 문제는 제기되지 않고 에펠탑 같은 기념비적인 전시용 건물을 추구하여 건축적 차원의 계획이라기보다 정치적 목적의 계획이었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비평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프랑스는 오늘날 유럽에서 건축 실현의 가능성이 가장 활발한 나라"라고 대부분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따라서 그랑 프로제로 인해 국제 건축계에 프랑스를 개방시켰을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건축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고 건축가의 위상을 올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그랑 프로제는 옛 빠리를 현대화된 도시로 바꾸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유럽 전통도시인 로마, 런던과 비교할 때 빠리는 현대의 도시이고 젊은 도시이며 살아 성장하고 변화하는 도시로 발전할 것이다.
올해는 건축 문화의 해마다. 이번 기회에 5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민족의 과거 역사적인 건물을 잘 보존해야 할뿐만 아니라 21세기의 새로운 다가올 시대의 문화유산을 만드는 것도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중요한 몫이다. 명성만 가진 외국 건축가의 무조건적인 선호는 지양해야 되겠지만, 공정한 국제 현상 설계를 통한 경쟁 속에서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여 지금 당장의 상업적인 건물로서가 아닌 영원히 남는 건축물을 세웠으면 하는 바램이다.
[참조 문헌]
1. Jacque Lucan, France Architecture 1965-1988, Electa Moniteur, 1989.
2. Grands Travaux, Special Issue of Connaissance des Arts, 1989.
3. 423 et lprojets pour la Tets Defense, Electa Moniteur, 1989.
4. Herve Martin, Guide de L'architecture Moderne a Paris, Syros-Alternatives.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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