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불어를 습득할 때에 생겨나는 어려움을 음성학적인 문제와, 문법적인 문제, 그리고 어휘에 관한 문제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발음이나 문법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에는 개별적인 단어 자체보다도, 하나 이상의 단어가 합하여 독특한 뜻을 이루는 경우에 그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여 당황하게 되는 때가 많다.

  사실상 불어의 단어는 어느 다른 외국어보다도 비교적 간략하여 전연 다른 뜻을 갖는 경우가 드물다고 하겠으나, 그 대신 전통, 풍습, 문화, 사고 방식 등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하여 형성된 숙어는 좀 까다로운 어려움을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각 단어의 뜻을 알되 단어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숙어의 의미를 모르면 작품을 읽어도 거꾸로 읽고 바로 이해했다고 자부하기 쉬우며, 또 불어로 글을 쓸 경우 숙어가 있음을 알지 못하고 다른 말로 대치하여 표현한다면 한국적인 불어가 될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숙어는 어형(語形) 및 통사(統辭) 구조와 긴밀한 연관이 있으므로 숙어를 모르고 문법이 이루어질 수 없을 때가 많이 있다. 따라서 불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이나 상당히 오래 배운 이에게도 마찬가지로 숙어의지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와 같이 숙어는 언뜻 보기보다는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는데, 우리가 숙어를 발생론적으로 볼 때, 사회적, 문화적 또는 언어학적 이유 등의 여러 가지 이유에서 형성되는 바와 마찬가지로 숙어를 여러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품사론적 내지 문장에서의 기능적인 면에서도, 개중에는 전치사구의 역할을 하는 숙어, 동사구, 접속사구 또는 부사 역할을 하는 숙어, 그리고 그것 자체가 하나의 속담이나 격언처럼 문장을 이룰 수 있는 것도 있다. 그리고 의미를 중심으로 고찰할 경우에도, 숙어는 반드시 독단적인, 즉 그 숙어를 구성하는 각 단어와 그 뜻이 전연 다르지 않은 숙어도 있고, 문법적으로도 특이한 점을 갖지 않은 숙어도 있으나, 대체적으로 형태가유동성을 갖지 못하고 고정적이며 의미도 비유적인 숙어도 많다.

  이 숙어집에 실린 숙어는 주로 외국인으로서 불어를 익히는 데 가장 필요한 것들로서, 불란서어 고유의 독특한 표현인 Gallicisme과, 그리고 둘 이상의 단어가 모여 하나의 뜻을 이루는 숙어와, 그밖에 전치사와의 결합에 의하여 의미가 달라지는 동사들이다. 후자의 경우 특히 우리가 작문을 지을 때 자주 부딪치는 것들로서 그 중요성에 비추어 따로 권말에 이와 같은 동사들의 목록을 부록으로 작성하여 여러분의 편의를 도모하려 하였다.

  끝으로 변변치 못하나마 이 숙어집을 만드는 데 여러 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朴恩愛 敎授, 그리고 바쁘신 중에도 원고를 읽어 주신 Jézegou, Poncet 兩 神父님과 여러 달 동안 편집과 교정에 많은 애를 써 주신 성문각 韓榮珣 편집부장님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1970년 11월        일

                                                                                                                                                          著者 識